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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김소엽

[역경의 열매] 김소엽 (25·끝) “주님, 죽음의 그날까지 영혼 울릴 詩心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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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제자와 후배 동료들이 마음을 모아 ‘고희기념문집’을 내주었고 이강철, 김예소리씨가 나의 시를 직접 낭송한 CD음반을 만들어 봉정해 주었다. 우리나라 전통 인쇄기법인 활판인쇄로 시 100편을 담은 시선집 ‘그대는 나의 가장 소중한 별’, 문학평론가의 논평과 시인들의 평설, 박사학위 논문을 함께 묶은 ‘논총집’까지 총 3권이 한꺼번에 출간돼 지난 1월 7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출판감사예배를 드렸다.

신촌성결교회 이정익 목사님의 은혜로운 설교로 시작된 출판감사예배에는 200여분이 오셔서 축하해 주셨다. 축사를 맡아주셨던 곽선희 목사님, 황금찬 선생님, 유재건 장로님을 비롯해 김삼환 목사님, 김동길 박사님, 이어령 전 장관님, 정근모 장로님, 김동선 강일구 홍성표 총장님 등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는 분들이 직접 참석하거나 영상으로 자리를 빛내주셨다. 특히 신촌성결교회 장로중창단과 순서를 맡아 주신 분들, 그리고 무엇보다 기념문집을 만드느라 고생해준 편집장과 간행위원장 신성종 목사님을 비롯한 간행위원들, 문단 선후배, 동료, 친지, 친구들에게 큰 감사를 드린다.

나는 이들이 옆에 있었기에 살 수 있었다. 이런 고마움을 딸이 대신 전해주었다. 서윤이는 그날 감사예배에서 “어린 시절 엄마를 두고 떠나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여러분이 우정과 사랑으로 엄마를 보살펴 주셔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그 우정을 인생 끝날 때까지 지켜 달라”고 인사했다. 28년 전 아빠의 뒤를 이어 교수가 되겠다던 딸이 인고의 세월을 신앙으로 극복하고 남편과 두 달 된 딸을 안고 귀국해 감사인사를 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또 사위는 아들 노릇을 하며 내 곁을 든든하게 지켜줬다. 이런 우리 가족을 하늘나라에서 보고 있는 서윤이 아빠도 미소 짓겠지. 마치 “당신 고생했어. 잘 살았어. 고마워”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돌아보면 내 인생길 골목마다 하나님께서 함께해 주시고 인도해 주셨다. 그동안 명예문학박사학위도 받게 해주셨고 호서대 교수로 정년퇴임하고 고향인 대전대학에서 문창과 석좌교수로 봉직하게 인도해 주셨다. 기독교문화대상 윤동주문학상 한국문학상 이화문학상 등 많은 상도 받게 해주셨다. 나는 상을 받을 때마다 “한 편의 시라도 영혼을 울릴 수 있는 시를 쓰라”고 격려해준 남편의 말을 잊지 않고 늘 채찍으로 삼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한 편이라도 그런 시를 쓰고 문화예술선교회를 좀 더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나의 일생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하나님의 뜻을 모르겠다. 다만 창조주 되신 하나님께 전부를 의탁하고 순종할 뿐이다. 살아도 죽어도 다 주님의 은혜이다. 역경의 열매를 마무리하며 시 한 편을 하나님과 사랑하는 이웃에게 바치고 싶다.

꽃이 피기 위해서는

꽃이 그냥 스스로 피어난 것은 아닙니다/ 꽃이 피기 위해서는/ 햇빛과 물과 공기가 있어야 하듯이

꽃이 저 홀로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꽃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벌과 나비가 있어야 하듯이

꽃의 향기가 저절로 멀리까지 퍼지는 것은 아닙니다/ 꽃의 향기를 전하기 위해서는/ 바람이 있어야 하듯이

나 홀로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닙니다/ 기도로 길을 내어주고/ 눈물로 길을 닦아 준 귀한분들 은덕입니다

내가 잘나서 내가 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벼랑 끝에서 나를 붙잡아주고 바른길로 인도해 주신/ 보이지 않는 그분의 섭리와 은총이 있은 까닭입니다.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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