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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자연으로 돌아가 살고 싶다 / 신재미 나 이제 자연으로 돌아가 편히 쉬고 싶습니다 새벽이면 하늘에서 내려오는 이슬천사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낮이면 새들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살고 싶습니다 그들만의 언어가 세상으로 나와 싹이 트고 꽃이 피어 열매를 맺는 그 날까지 나, 이제 혼합된 언어의 도시를 떠나 들풀들이 보내는 신선한 향기로 목을 축이고 바람이 전하는 맑은 사랑으로 영혼의 옷을 입고 살고 싶습니다 산다는 것 그리 쉬운 것 아니고 산다는 것 늘 흥겨운 일만도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바람과 새들이 있는 자연 앞에서는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없는 겸손이 구름 되어 흐르는 걸 보았기에 나, 이제 꽃들이 말을 잃은 도시를 떠나 자연의 품에서 살고 싶습니다 시집 에서
도넛을 먹다가 / 신재미 튀김을 먹다 인생을 본다 동그란 찹쌀 도넛 잘 튀겨져 보기 좋아도 잠시 후면 빈 속 드러내 보이고 꽈배기는 비비 꼬였어도 맛은 일품이더라 인생, 꼬인 듯해도 하룻밤 자고 나면 일사천리이고 찹쌀 도넛처럼 매끈해 보여도 속 비어 볼품없기도 하니 잘났다고 뽐내지 말고 오늘 풀리지 않은 일 있다고 서러워하지도 말자 물처럼 살자
오카모토 거위벌레의 사랑 오카모토 거위벌레의 사랑 시 / 신재미 봄이 무르익을 무렵 개화산에서 만난 특별한 부부 개암나무 가지마다 사랑의 흔적 걸어 두었구나 먼 훗날 씨앗 품은 떨어진 편지에선 생명의 꽃 태어나겠지 그대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는 오카모토 거위벌레가 집을 지어 떨어 트려 놓은 것을 “떨어진 편지”라고도 한답니다. 이 부부는 집을 지을 때 아내가 자기 몸보다 큰 남편을 업고 집을 짓습니다. 집이라고 하는 것은 개암나무 잎사귀를 뒷부분을 일정한 간격으로 자르고 앞부분에 알을 낳은 후 잎사귀를 정교하게 말아 올려 열매처럼 만들어 땅으로 떨어트려 부화가 되도록 하는 거랍니다 알은 그 안에서 깨어나 개암나무 잎의 영양분을 먹고 어린 시절을 보내는데 알·애벌레·번데기·어른벌레를 거치는 갖춘탈바꿈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