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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미/식물의 몸짓 2022. 9. 30 / 종로구민회관 낭송 신재미/ 영상제작 이기은
버섯바위 / 신재미 버섯바위 신재미 검게 그을린 세쌍둥이가 지구모양의 모자를 쓰고 카파도기아의 계곡에 서 있다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짙은 검버섯이 온 몸에 돋았어도 도도하고 듬직한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번쩍이게 한다. 섭씨 40Co도를 오르내리는 파샤바 계곡의 강렬한 태양빛은 오히려 그들에게 에너지가 되어 국가에 소중한 보물이 되었으니 각자에게 주어진 삶이 무엇이면 어떠랴 골짜기의 바위이든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이 되었든 한 세상 살다 가는 길 맡겨진 사명에 충실하여 이름에 먹칠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지
가을 아침 풍경/ 신재미 가을 아침 풍경 신재미 바람결 고운 아침 문득 먼 곳에 있는 이들이 그립습니다. 잘 지내겠지 마음은 이내 현실로 돌아와 바쁜 도시의 삶 속을 달린다. 덜컹덜컹, 삐삐 공사장의 소음은 새 도시를 조성 중이다 길 하나 사이 둔 오래 된 도시 나는 이곳이 좋다 아파트 정자에 어른들이 모이고 아이들은 멀리서도 인사를 한다. 사람 사는 정이 있는 곳이다 어르신들은 양반이라 언어 하대가 없다 어린사람에게도 존칭어를 사용한다. 삭막하고 정이 메마른 사회가 되었다고 보도되는 기사는 먼 나라 이야기다 등 뒤에서 축복하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 오늘은 까치, 산비둘기까지 내려와 동참하니 청아한 목소리 아름다운 잔칫날이다 포도송이를 두고 둘러 앉아 따 먹는 풍경 동심이 꿈틀꿈틀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은 이들이다 - 9호 라인 ..
산문 / 신재미/ 배려, 희망의 마중물이 되어 배려, 희망의 마중물이 되어 신재미 신문사에서 홍제동 촬영을 다녀오던 길. 지하철에서 조계사 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사람들 대화가 안국역에서 하차를 하도록 했다. 6번 출구를 향해 걷던 발길 바이올린 소리에 멈춰 섰다. ‘솔밭사이로 강물은 흐르고’ 귀에 익은 선율은 삭막한 도시로 향하는 마음에 큰 강물 하나 흘려 놓았다. 물결 타고 흐르는 인연이 된 사람들, 조계사 앞 양반집 그 아가씨는 잘 있겠지? 전통가옥을 고집하고 고유의 맛을 고수한다고 소개 된 후, 이방인의 눈빛 조명 받더니 줄지어 선 방문객들로 어쩌다 찾아가도 빈자리 얻기 어렵게 된 사업, 스치는 호황 시절의 영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음의 자유 얻어 인사동에 온지 몇 달 만인가. 코로나19에 발목 잡힌 삶 도시를 벗어나 들로 산으로 헤매는 ..
새 역사를 쓰는 광화문 / 신재미 새 역사를 쓰는 광화문 신재미 포클레인 소리에 광장을 보니 쌓아 놓은 토사 산이다. 가림막 안을 살펴보다 세종대왕과 눈이 마주쳤다 먼지 뽀얗게 뒤집어 쓴 세종대왕 인왕산 병풍인 듯 기대 앉아 왼손에 책 펼쳐 들고 그윽한 미소로 반긴다. 공사계획이 궁금하여 건설사 공지문을 찾아봤다. 2022년 7월 개장 녹지공간 확대, 수경시설 설치, 시민들의 휴식처 산수유 목련 느티나무 소나무 47종과 초화로 조성 녹색도시로 변모 세종대왕 주변에는 한글창제 원리를 담은 '한글 분수' 설치, 이순신장군 앞에는 12척 전함과 23전승을 기념하는 분수와 승전비 설치 역사적 의미를 스토리텔링으로 되살린단다. 광장이 역사의 가치를 찾아 변모 하듯 한문으로 쓰인 경복궁 현판도 한글로 바꿔 달아 한글은 세종대왕이 지으셨고 대한민국의..
눈꽃 / 신재미 눈꽃 신재미 먹구름 몰려와 잿빛우산 펼쳤네. 하늘이 열리며 하얀팝콘 쏟아졌네. 몸 녹여, 물이 되어 대지를 적시는 생명의 기운 되었네. 새 하얀 눈송이들 백설의 눈송이들 온 세상을 덮었네. 마을도, 산도, 하얗게 덮였네. 나뭇가지들 새 옷 입었네. 마른 풀잎 위에 소록이 쌓여 꽃이 된 하얀 눈 고와라, 어여뻐라 하늘이 내린 선물 맑고도 깨끗하여라 하늘이 주신 선물
나 이제 자연으로 돌아가 살고 싶다 / 신재미 나 이제 자연으로 돌아가 편히 쉬고 싶습니다 새벽이면 하늘에서 내려오는 이슬천사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낮이면 새들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살고 싶습니다 그들만의 언어가 세상으로 나와 싹이 트고 꽃이 피어 열매를 맺는 그 날까지 나, 이제 혼합된 언어의 도시를 떠나 들풀들이 보내는 신선한 향기로 목을 축이고 바람이 전하는 맑은 사랑으로 영혼의 옷을 입고 살고 싶습니다 산다는 것 그리 쉬운 것 아니고 산다는 것 늘 흥겨운 일만도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바람과 새들이 있는 자연 앞에서는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없는 겸손이 구름 되어 흐르는 걸 보았기에 나, 이제 꽃들이 말을 잃은 도시를 떠나 자연의 품에서 살고 싶습니다 시집 에서
도넛을 먹다가 / 신재미 튀김을 먹다 인생을 본다 동그란 찹쌀 도넛 잘 튀겨져 보기 좋아도 잠시 후면 빈 속 드러내 보이고 꽈배기는 비비 꼬였어도 맛은 일품이더라 인생, 꼬인 듯해도 하룻밤 자고 나면 일사천리이고 찹쌀 도넛처럼 매끈해 보여도 속 비어 볼품없기도 하니 잘났다고 뽐내지 말고 오늘 풀리지 않은 일 있다고 서러워하지도 말자 물처럼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