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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홍덕선

[역경의 열매] 홍덕선 <10·끝> “백지에 성경을 쓸 때마다 말씀의 무게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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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선 장로(왼쪽)가 2007년 12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주최로 열린 ‘2007 한국교회의 밤’에서 한기총 문화예술선교대상 예술선교부문을 수상한 뒤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환갑을 넘기고 나서도 서예를 통해 하나님 말씀을 전하겠다는 다짐에는 변함이 없었다. 2007년 발족한 한국기독교서예협회는 지금까지 내 사역의 보루가 되고 있는 단체다. 이 단체는 한국미술인선교회에서 독립한 기구로 기독 서예가 60여명이 가입돼 있다. 한국미술인선교회에서 서예 부문을 따로 독립해 별도의 단체를 만든 건 서예를 통한 선교를 좀 더 치열하게 전개하고 싶어서였다.

나는 단체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회장을 맡아 협회를 이끌고 있다. 설립 첫 해부터 매년 협회전을 개최했고, 2009년부터는 기독 서예가 발굴을 위해 공모전도 열고 있다. 한국교회가 서예를 통한 선교에 무관심한 상황에서 단체를 이끄는 게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재정이 넉넉지 않아 행사를 열 때면 회원들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 경비를 마련했다.

협회를 이끌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새로운 신진 작가를 발굴했을 때다. 나는 후배 기독 서예가들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고 싶다. 한국교회 교인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교인들이 기독 서예가의 작품을 많이 구입해주고 전시회도 자주 찾아줬으면 한다.

나는 크리스천들에게 서예를 배울 것을 권한다. 흰 종이를 앞에 두고 붓으로 정성을 다해 말씀을 옮겨 적으면 말씀이 지닌 무게를 실감할 수 있다. 반복해서 쓰다 보면 성경을 저절로 암송하는 ‘경지’에 오른다. 내 경우엔 이런 과정을 통해 암송하게 된 말씀이 한두 문장이 아니다.

가장 즐겨 쓴 말씀은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로 시작하는 시편 23편이다. 내 신앙고백이 담긴 말씀이다. 구구절절 가슴을 뒤흔드는 말씀이다.

기독 서예가로 올곧게 살아올 수 있었던 건 신앙생활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부터 새벽기도를 빠뜨린 날이 없었다. 지금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성경을 5∼6장 숙독한 뒤 교회에 가서 기도를 드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런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매년 성경을 수차례 통독하게 된다. 올해는 성경을 3번 통독하는 게 목표다.

성경을 읽고 기도를 드리면서 언제나 주님께 감사하게 되는 것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은사다. 서예가로 한평생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신 주님. 그런 주님 덕분에 나는 명성을 얻었고, 어디를 가든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았다. 하나님은 나를 항상 선한 길로 인도하셨다. 하나님이 인도하신 곳에는 은혜와 평강이 넘쳤다. 내가 만약 주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내 삶도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가장 고마운 사람은 역시 아내다. 아내는 못난 남편을 위해 일평생 자신을 희생하며 살았다.

‘역경의 열매’를 연재하면서 인생의 역경이라는 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주 생각했다. 누가 됐든 사람은 살면서 큰 좌절을 맛보게 된다. 이 고비를 넘으면 아무것도 없을 거라 여기지만 고난은 끝없이 반복된다. 고난의 고개를 하나씩 넘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하나님은 내가 험한 길을 갈 때도 옆에 계셨다. 언제나 나와 동행하셨다. 모든 역경은 나를 훈련시키기 위한 주님의 역사였다.

정리=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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