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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 신재미/ 배려, 희망의 마중물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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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희망의 마중물이 되어

                                   신재미

신문사에서 홍제동 촬영을 다녀오던 길. 지하철에서 조계사 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사람들 대화가 안국역에서 하차를 하도록 했다. 6번 출구를 향해 걷던 발길 바이올린 소리에 멈춰 섰다. ‘솔밭사이로 강물은 흐르고’ 귀에 익은 선율은 삭막한 도시로 향하는 마음에 큰 강물 하나 흘려 놓았다. 물결 타고 흐르는 인연이 된 사람들, 조계사 앞 양반집 그 아가씨는 잘 있겠지? 전통가옥을 고집하고 고유의 맛을 고수한다고 소개 된 후, 이방인의 눈빛 조명 받더니 줄지어 선 방문객들로 어쩌다 찾아가도 빈자리 얻기 어렵게 된 사업, 스치는 호황 시절의 영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음의 자유 얻어 인사동에 온지 몇 달 만인가. 코로나19에 발목 잡힌 삶 도시를 벗어나 들로 산으로 헤매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삶, 이제는 혼자가 편안해졌다. 사색에 잠긴 마음으로 출구를 보니 계단중간에 두 남자가 생명을 위한 삶을 노래하고 있다. 음대생으로 보이는 청년은 햇살비치는 곳에 서서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연세 지긋한 걸인은 왼편 그늘진 시멘트 바닥에 웅크리고 엎드려서, 사람들은 그 사이를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사진을 두 장 찍고 민망한 마음으로 서성이고 있는데 걸인이 벌떡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갔다. 강렬한 빛이 쏟아져 내리는 출구는 마치 천국으로 가는 문처럼 환했다. 마음으로 응원했다. 그래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말고 밝은 세상에서 사세요. 춥고 어두운 곳에 엎드린 삶은 누구도 원치 않는 삶이잖아요. 바이올린 연주를 하던 청년도 놀란 듯 걸인이 사라진 쪽을 바라보더니 연주를 멈췄다.

지극히 짧은 시간이었지만 연극 같은 장면에 고조된 가슴 진정시키며 계단을 벗어 날 무렵 인도 가림 막으로 설치 된 화분 뒤에 서 있는 걸인을 봤다. 노상 방뇨를 한 듯 바지춤을 추스르더니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갔다. 행인을 향해 펼친 손바닥에는 천 원짜리 지폐가 놓여 있었다. 마중물이다. 걸인도 투자하고 이익을 내고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코로나 19로 여기저기서 폐업을 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는 한중수교 100주년 후, 중국 사업으로 갑부가 되었는데, 지난 달 코로나19로 결국은 알거지가 되어 돌아왔다. 내 일처럼 가슴 저리다. 코로나 발병 이후 심심찮게 주변에서 듣는 소식이다.

어제 프랑스는 정부 봉쇄 조치가 내려졌다. 현대과학 문병 발달의 근원지도 질병 앞에서 손을 들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균들의 전쟁, 보이는 세상의 그 무엇보다 무서운 힘을 가진 것들이 인간이 누려야 할 평화마저 깨트리고 있다. 이웃과 이웃의 벽이 두꺼워지고, 사람과 사람사이 불신의 벽이 높아가고, 심지어는 가족들끼리도 방문을 걸어 잠그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사회 탓으로만 돌릴 것일까 나는 이러한 세상살이에 어떤 마중물일까 생각에 젖어 서성이는데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걸인의 손바닥에 놓여 있는 지폐가 허공을 맴돌다 떨어졌다. 계단을 올라오던 아가씨가 돈을 줍더니 천원을 보태어 그의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아가씨 마음을 얹은 천원의 배려가 눈부시다. 계단을 내려가던 어르신이 청년의 바이올린 가방에 얼마의 돈을 넣었다. 도미노 효과가 일어났다. 뒤 따르던 사람들의 선행이 이어졌다.

다시 시작 된 연주는 희망의 나라를 여행 중이다. 가을 하늘에 울려 퍼지는 바이올린 선율에 심취한 행인들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걷고 있다.

‘배를 저어가자 배를 저어가자 험한 바다물결 건너 저편 언덕에

산천경계 좋고 바람 시원한 곳 희망의 나라로......, ‘

하늘의 별이 된지 60년이 지났음에도 현제명 선생은 이 세상의 희망을 노래하는 마중물이다. 며칠 지나면 시리고 추운 겨울 문이 열리는 11월이다. 이 시간도 노래가 희망을 주고 있듯, 아가씨의 작은 배려가 이웃을 생각하는 사랑의 불꽃이 되었듯이. 우리도 코로나로 힘든 작금의 세상, 따뜻한 세상을 위해 먼저 웃어주고 인사하는 여유로 겨울바다 따뜻하게 항해 할 수 있도록 희망의 배를 띄우자.

                 // 코로나19 특집원고 / 충성문학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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