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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집-사랑은 희망의 날개

개화병(開花病) 앞에 서서

 

개화병(開花病) 앞에 서서

 

           신재미  // 

가을바람 따라 온 울산 문학 기행
설렘으로 밤잠 설치고 먼 길 달려왔다
기대했던 것보다 신선한 땅
눈빛 닿는 곳마다
어머, 어머나, 와와 감탄사다

태화강 변 십리죽림을 걷다 갈색 군락 앞에 섰다
잎사귀 바스락바스락
마른바람 스치는 숲의 정경
베토벤의 교향곡이 흐른다

일생에 한번 꽃을 피우고 간다는 전설 마주하니
나는 이들처럼 열정을 가진 적이 있나 돌아본다
태풍이 흔들어도 뽑히거나 꺾이지 않는 풍죽(風竹)
곧은 외길 하늘만 바라보고 자라는 몸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 울창한 숲을 형성하고
하루에 1미터 성장의 속도 겨우 떼어다
아이들 성장기에 빗대어 사용한 언어 외엔

나그네 인생 채우고 채우느라
마음마저 웅크리고 살았는데
죽기 위해 꽃이 피는 병에 걸린 무리들
화려한 꽃도 아니요
눈 크게 뜨고 봐야 보이는
실낱처럼 가녀린 꽃
파란 하늘 허공을 향한 눈부심
바람 소리만으로도 마음 겸허하게 하는 죽비

나는 죽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무라는 이름 빌려 쓰며 사는 풀도
생의 끝을 향해 전력 다해 꽃길 달려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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