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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사람

[역경의 열매] 김정란 <1> 17세에 단돈 100원 들고 고향 떠나 사회 첫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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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명품 도자기숍을 운영하는 김정란 대표가 23일 경기도 성남의 푸른언덕 매장에서 도자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한여름의 강한 햇빛도 사라지고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에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다음 달이면 이곳 청계산 입구의 ‘푸른언덕’ 주변은 온통 단풍으로 물들 것이다. 벌써부터 온 산을 붉게 수놓을 아름다운 풍경에 가슴 설렌다.

푸른언덕은 해외 명품 도자기 판매와 카페를 겸한 사업장이다. 내가 가꾼 두 번째 일터다. 상호는 같지만 30년 넘게 해왔던 출판유통 분야 사업이 아닌, 전혀 새로운 일을 하고 있다. 푸른언덕 1층은 유럽풍 카페로, 2층은 세계 명품 도자기 전시 판매장으로 꾸몄다.

서울 인근에서 자연과 더불어 유럽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도록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었다. 도자기 사업은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 아름다움과 가치, 문화를 공유하고 내가 받은 복을 나누는 공간이다. 나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청계산의 풍경, 카페 입구에 놓인 예쁜 꽃들, 케이크와 차를 놓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노부부를 볼 때면 절로 웃음이 난다.

이런 아름다운 장면을 마주할 때면 떠오르는 말이 있다. ‘보시기에 좋았더라.’ 성경 창세기 1장에 나오는 말씀이다. 하나님은 왜 천지만물을 창조하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을까. 아마 피조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는 그 모습이 보시기에 좋았던 것은 아닐까. 이것이 내가 지향하는 아름다운 삶의 가치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그렇다면 하나님이 보시기에 나는 어떠할까. 전남 완도의 사후도라는 작은 섬에서 태어난 나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에 진학 할 수 없었다. 어린 마음에 ‘어서 돈을 벌어 엄마를 편히 모시자’란 생각뿐이었다. 한편으론 배움에 대한 열망이 간절했다. 그러던 중 인천의 한 회사에 취직해 학비를 벌면서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

결혼과 동시에 사업을 시작했고 현재 연간 100억대 매출의 회사로 키우기까지, 또 30대 중반에 대학에 들어가 뒤늦게 찾아온 배움의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나는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물론 인간인지라 때론 가족 간에 갈등을 겪고 이혼 위기에 처한 순간도 있었다. 사업체가 휘청일 때도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운 건 하나님의 말씀이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 4:6∼7)

하나님이 보시기에 아름다운 인생길을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받은 복을 나누기 위해 언제나 낮은 곳에 마음을 두면서 그 길을 걷고 있다. 이제 바라는 것은 한 가지다. 이 길의 끝에서 하나님 앞에 섰을 때 “잘했다, 정란아”라고 칭찬을 받는 것. 17세에 단돈 100원을 들고 고향 사후도를 떠나 사회에 첫 발을 내딛던 그 날부터 줄곧 품어온 생각이다.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약력=△1960년 전남 완도 사후도 출생 △상명대 경영중소기업대학원 석사(2006년), 안양대 경영대학원 박사(2015년) △중소기업청장 '모범여성기업인상' 수상(2015년) △현 푸른언덕 대표, 국민일보기독여성리더스포럼 회장, ㈔국민여성리더스포럼 이사장, 여성경영자총연합회 이사, (재)평통여성장학재단 이사, 대림대 겸임교수, 온누리교회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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