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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주선애

(25) “연예인들 사이에 성경공부 붐 일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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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주선애 (25) “연예인들 사이에 성경공부 붐 일어났어요”

새벽 2~3시에 귀가하는 연예인 많아… 하용조 전도사, 낮에는 학교 생활 밤에는 성경 공부 인도로 1인 2역

입력 : 2019-07-12 00:02
 
주선애 장로회신학대 명예교수(가운데)가 1980년대 초 하용조 온누리교회 목사(오른쪽)와 함께 영국 런던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1970년대 중반쯤이었다. 내 연구실에 자주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당시 장로회신학대 신대원 학생이었던 하용조 김지철 전도사였다. 두 사람은 아침마다 조용히 성경공부를 같이 하고 싶은데 장소가 변변치 않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출근하던 나는 학교까지 1시간 30분이 걸렸다. 학교 측이 내 수업을 대부분 2교시부터 시작하도록 배려해 준 이유다. 아침에 비어 있는 공간이었던 연구실을 두 사람에게 흔쾌히 내줬다.


하 전도사와 김 전도사는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창립자 김준곤 목사님의 제자였다. 복음에 대한 열정이 뜨거울 뿐 아니라 지성적이어서 장래를 지켜보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어느 날 하 전도사가 연구실에 와 고민스러운 일이 있다며 얘길 꺼냈다.

“지금 학교 공부를 하면서 교육전도사로 마포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영어공부를 해서 유학 준비도 해야 하는데 다른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곽규석(코미디언)씨가 부도가 나서 낙심 중에 있다가 예수를 믿게 되면서 성경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구봉서(코미디언) 정훈희(가수)씨까지 우리 성경공부에 몰려오는데 안 할 수도 없고 바쁘기는 하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기 힘이 듭니다.”

그 순간, 이는 성령의 놀라운 역사이자 큰 은혜라는 확신이 들었다. 걱정하지 말고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니 교육전도사를 그만두고 그들과 성경공부 사역을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생활비는 다른 방편으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용기를 내라고 북돋아줬다. 하 전도사의 이야기가 내게 감명 깊게 다가와서 구씨 집에서 진행하는 성경공부 모임에 가본 적이 있다. 10여명이 모여 있었다. 다음 주일, 내가 지도하던 영락교회 어머니반에서 그 일을 이야기했다.

“연예인들 사이에서 성경공부 붐이 일어났는데 그 일을 담당하던 하 전도사가 너무 바빠졌습니다. 그래서 내가 하 전도사에게 마포교회 전도사 일을 내려놓으라고 했어요. 우리 반에서 좀 도울 수 없을까요.”

단번에 연보가 넘치게 나왔다. 연예인 그룹장인 곽씨와 영락교회 당회장이셨던 박조준 목사님이 회합을 하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곽씨는 박 목사님께 “1년만 보조해주시면 우리가 책임지고 감당할 테니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어머니반에서 모은 헌금과 교회의 선교지원금이 함께 전달됐다.

마음에 흥분과 감사가 넘쳤다. 그런데 주일모임을 위한 장소가 없다는 소식이 또 들려왔다. 망원동 판자촌 사역을 도와주시던 마애린(Eileen Moffett) 선교사를 찾아가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우선 자기 집 뜰을 쓰면 어떻겠느냐”며 선뜻 공간을 내주셨다.

연예인들은 대부분 밤일을 하고 새벽 2~3시에 귀가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하 전도사는 낮에 학교생활을 하고 성경공부를 인도하는 사역 외에도 밤마다 술에 취해 귀가한 연예인들의 전화에 잠도 못 자고 그들을 찾아가곤 했다.

연예인예배를 마치면 하 전도사의 셋방에 모여 라면을 끓여 먹었다.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은 늘 정해져 있었다. 늘 가수 윤복희 자매가 손수 다 했다. 교회라 해도 장로 권사 집사도 없으니 하 전도사가 안내하다 올라가 예배 인도하고 설교하고 예배를 마치면 연예인 성도들을 위해 택시도 잡아줬다.

연예인들이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자, 선교사로 사역하는 모습을 보면 지금도 심장이 떨린다. 나는 하나님께서 연예인들을 통해 교회 부흥을 일으키시는 것을 보며 이 시대에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하나님의 증표라고 생각했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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