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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신간소개-서정혜 시인 /나무도 가끔 허리를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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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혜 시인, 신간시집


시인의 말
낯가림이 심하다.
인간에게 드러내지 못하는 감정을 시로 나타내며 스스로 다독인다.
뇌리에 어른대는 심상을 언어로 표현하고 싶은 갈망은목숨이 다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시가 내 삶의 원천인 것도 변함없을 것이다.
어렵게 평설을 허락해 주신 감태준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가끔은 문득 쓸쓸하다.
이번 시집이 부디 당신 마음에 흡족하기를….그리고 평안하기를….매 순간 기도로 지켜주시는 구순의 부모님과늘 든든하게 버텨주는 지윤이 지현이와 두 사위,그리고 태경이와 승우가 있어 행복하다.기도할 수 있는 축복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2022년 5월 서정혜

|차례|

      시인의 말 5

1부 / 잊혀지는 모든 것들
멀리 보이는 풍경_13
강변 풍경_14
낡은 의자_16
잊혀지는 모든 것들 18
나무도 가끔 허리를 편다 20
오딧세이 - 3 21.
비 오는 장면 하나 22
이팝나무 아래서 23
바람의 안쪽_24
거리25
모두 잠든 밤_26
달의 항해 27
신호를 기다리며_28
추억 하나 29
장면 셋 30
바람이 분다_31
카페 커피빈 32
지루하다 34
밤의 노래 36
풀벌레 우는 밤 37


책 제목 『나무도 가끔 허리를 편다』 이 된 시 소개

나무도 가끔 허리를 편다


32번 국도를 지나다 보면
하늘이 부르는 쓸쓸한 노랫소리에
허기진 산자락 길게 내려와
동네 어귀에 서 있는 것을 본다
벼들은 눕혀져 휴식기에 들었는데
놓치지 않고 끝까지 따라와 주는
당신의 추억이 있어
아직은 겨울이 막막하지 않다
바람을 밀어 보내며
흔들리는 제 그림자를 바로 세우는
나무
후드득 후드득 비가 내리자
나무들 문득 허리를 펴고
내 곁에 다가와 선다


[해설|
추억과 현실을 동시에 긍정하고 노래하는 마음 - 서정혜의 시세계
감태준(시인, 시와함께 편집인)
서정혜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나무도 가끔 허리를 편다는 원숙기 시인의 존재론적 사유와 감각의 총화이자 서정혜 시학에서 이정표적 가치를 갖는 진전된 방법론의 결정들이다. 시인은 첫 시집을 내면서 '성숙한 시를 쓰고 싶은 열망은 항상 갈증을 동반했다'고 피력할 만큼 성숙한 시, 보다 나은 시에 대한 갈망을 숨기지 않았다. 시인이 이번 시집에 앞서 그동안 네 권의 시집을 상재하면서 여기까지 온 여정을 시인의 말을 빌려 살펴보면, 그에게 있어 시는 '신이 베풀어 주시는 영역'(두 번째 시집)이고'숙명'(세 번째 시집)이며, 시인으로서 존재하는 이유 (네 번째 시집)이다. '먼길 돌아도 언제나 닿는 곳은 시'였고 ‘아주 작은 울림에도 하얗게 지새우던 밤이 아득하다'(두 번째 시집)고 회상할 만큼 고난스러웠던 시 쓰기, 그럼에도 '시를 품은 세월이 행복하다'(네 번째 시집)고 자족하며 한결같이 '신이 베풀어 주시는 영역'에 순응하고 내면을 넓혀온 시인의 긍정적인 자세는 마침내 이번 시집의 성취로써 증명되었다 할 것이다.

  1.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조합과 형식적 특성

모든 시는 하나의 세계이다. 시인의 사유와 감각이 지향하고 매개하는 공간이며, 시인의 사상적 내용적 요구에 의해 세례 받은 언어들의 총체이고, 이것을 보여주면서 다른 이것을 드러내는 분리 불가분의 이중거울이다. 시가 외연보다 더 많은 말과 의미를 담고 있는 이유이다. 시인은 이 이유를 충족하기 위해 먼저, 시적 대상과 그에 대한 인식을 나름대로의 구조적 원리와 방법론에 의해 하나의 틀로 형상화한다. 서정혜 시인은 어떤 방법적 특성으로 이 세계를 형상화하는가. 시집 앞부분에 나오는 「멀리 보이는 풍경을 보자.
이 시는 크게 네 개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유기적 결합이 매우 조밀하다.
툭툭 꽃 지는 소리 들리는
서운암 뒤뜰
다 피었나 싶던 능소화가 무너져 내린다
그는 언제부터 저기 서 있었을까
금목서 향기 흥건한 장독대항
아리들 사이에서도 보이는 그
이제는 자세히 보지 말아야겠다
자세히 보면 그는 없더라고
말하지도 말아야겠다
살아 있다는 게 참으로
쓸쓸한 이 순간
두 발목을 얽어매는 기억의 사슬
골짜기 깊숙이 숨어 있던 길이
기억의 사슬을 풀고
멀리 동 터오는 새벽을 걸어가고 있다

             「멀리 보이는 풍경」

------ ----- --------- ------- <페이지 121-152> 상반절까지 생략
「소망」


시인이 노래해온-그대, 그 사람, 당신, 이 모두가 한 사람이었듯 이 시의 '너도 그 한 사람이다. 존재이면서 비존재인 그 한 사람에게 가는 길은 세상 저편에 적을 둔 추억의 길이며, 추억의 길은 언제나 나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는 내면세계의 길이다. 이 엄연한 사실을 시인은 왜 이제야 말할까 추억에서 추억으로, 그럼에도 결국 현실로 돌아와야만 했던 순간의 아픔외로움과 서러움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자존을 중시할 때가 되었다. 「허리를 세우다」에서 표현했듯 추억과 현실을 동시에 살았던 때가 아름다웠고 그것이 차선의 위안이 되기도 했지만 진정 자아를 직시하고 싶다. '어떤 감동에도 흔들리지 않는/불구의 보행을 끝내고 싶다. 그리하여 '모든 핏줄을 열고 흘러가는 저 강과 같이 자연의 이치에 나를 의탁하고 순응하며, 남은 생을 갈무리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렇다다음의 시행이 회의를 부추긴다.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리운 그대와 산다
『모하비 사막에도 그대가 있었다」
서정혜 시인에게 있어 시는 언제나 빛나는 현재이다. '저주받은 존재'라는 시인의 비극적 운명을 부정해온 그의 시적 성취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형식적 특성을 비롯해 묘사성 은유성 상징성을 고루 소유한 데서 얻어진 것이다. 그가 감상적 자기 옹호에 빠지지 않으면서, 내곁에 없는 ‘저편의 존재'를 그리워하고 아파하며 그 마음을 메마르게 객관화할 때, 그리고 운명적 만남이었으나 미완으로 남은 사랑의 상실감과 존재의 영원성을 노래할 때그의 시들은 아름답다. 이 아름다움이 「소망」의 저강을 따라 도도히, 더 넓고 낯선 시세계로 흘러가기를 바란다.

| 서정혜
충남 출생《문예운동》 등단진명여중·고 졸업동국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국어교육과 졸업중등교사 32년 재직.
| 저서
시집봄은 비를 먹으며 온다」『새벽 투망』그곳에 가자』『물푸레나무로 서다』나무도 가끔 허리를 편다』
영역시집『여섯 개의 변주』

  • 추천자 에필로그 (epilogue)

이 책은 <시와 함께 넓은 마루>에서 출판 된 시집이다.
오랜만에 참 좋은 시집을 받았다
지난 오월 받은 책 가운데 시집으로는 으뜸이다.
지성과 지식을 겸비한 시인의 원숙한 시를 읽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가끔 좋은 책이 있으니 읽어보라고 권하면 요즈음 시집이 팔리냐고 되 묻는 이들이 있지만
이 책은 진심으로 읽어 보라고 권한다.
근래 만나기 쉽지 않은 알찬 시집이라고
2022,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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