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집-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골목 풍경에서 바다를 그린다
신재미
2024. 10. 2. 00:50
골목 풍경에서 바다를 그린다
신재미 //
비린 바람이 골목을 휩쓸고 지나갔다
행여 몸에 냄새가 밸까 노심초사하던 마음
온몸에 석쇠 그물망 문신을 한
고등어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켜켜이 쌓인 몸은 다비식을 치르다 건져진 몰골
검푸른 살가죽 검게 그을렸으나
아직도 고향으로 돌아갈 꿈을 꾸는 듯
초롱초롱한 눈망울
푸른 바다를 항해할 때
이런 골목 쟁반에 팽개쳐서 생을 마감할 것이라곤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다
눈물겨운 적멸의 잔혹한 의식
은하의 뱃길을 바라보다
할딱이던 숨 끊어지는 줄도 몰랐을 게다
만물의 영장이라더니 인간의 탐욕
미물도 생물도 배 속으로 밀어 넣기에 급급하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거룩한 순례자
아, 바람만 먹고 살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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