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미 2024. 8. 22. 00:01
금빛환상조




             신재미   // 




수종사에 올라
수백 년 세월을 굽어본
은행나무 앞에 엎드려
영혼을 살핀다
 
세상 번뇌 떼어 내지 못한 채
발가벗겨진 몸
노란 잎으로 가리려 한들
발등 하나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다시 세상으로 향하는 눈
 
남한강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
검단산 자락 끓어안고
어두운 세상 덮음을 보고
황홀경에 빠진 가슴
홀로 팔딱거린다
 
무수한 세월 추일이면
금빛 새 날려 보냈어도
한 마리 되돌아 온 적 없다며
인생은 이와 같다 말씀하신다
 
한번 가면 되돌아올 수 없는 길
사계절 몸으로 쓰는 편지
제 몸 녹여 거름이 되기까지
투정 한번 없는 낙엽보다는
낫게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2014년 촬영 /수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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